코스피 7000시대를 타고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포모(Fear Of Missing Out의 약자,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제게 남는 건 누가 주식으로 26억을 벌었다더라, 하는 카더라 기사뿐이었죠.
사실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투자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그저 복잡하다는 핑계로 공부를 차일피일 미뤄왔을 뿐이죠. 돈을 모으고 경제 기사를 읽는 것보다 세상엔 재밌는 일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을 즐기며 좁은 자취방에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동안 저의 순자산은 부끄럽게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SNS를 켜면 온통 "이걸 사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이걸 먹어야 행복해져요!"라는 얘기 뿐이니, 모두가 이렇게 돈을 쓰며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겼어요. 경제가 좋아졌다고 환호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준비를 해왔던 걸까? 애초에 경제 뉴스에 나오는 용어들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혼자 책을 읽거나 뉴스를 봐도 알쏭달쏭하기만 하던 차에, 마침 제 고향 노원에서 청년 대상 생활 금융 클래스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구청에서 직접 주최하는 공인된 강의인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예전에 사설 금융 상담에 갔다가 보험 가입 권유에 놀라 도망쳤던 기억이 있기에, 검증된 기관에서 주는 안전한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강의가 열리는 목요일 저녁, 비가 내리는 평일이었음에도 노원구청 강의실은 빈자리 하나 없이 앞자리까지 만석이었어요. 세상은 모두 소비를 외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 시간을 내어 미래를 공부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또래들을 보며 주눅 들기보다 되레 용기가 생겼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 하고 말이죠.
강의는 쉽지만은 않았지만,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익하게 진행되었어요. 늘 어렵게만 느껴졌던 금리와 환율이 서로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짧은 시간 동안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강사님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강의 도입부에 강사님이 모 아침 경제 방송을 추천하며 던지신 한마디였어요.
"열심히 들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저 흘러가듯 들으세요."
확신에 찬 그 목소리를 들으며 유독 제 마음에 큰 울림이 일었습니다. '경제 공부'란 자고로 책상 앞에 비장하게 앉아서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고 피해왔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거든요.
클래스를 들은 이후, 제 일상에는 작은 변화가 찾아왔어요. 강사님이 추천해 주신 아침 경제 방송을 꾸준히 듣고, 관련 책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어요.
물론 여전히 금융 용어는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가득하지만, 괜찮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매일 흘러가듯 경제를 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신문이 쓱쓱 읽히고 자신 있게 저만의 투자 신념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