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공간이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집이 불타는 건 한순간이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여러 순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현실의 괴로움에 소주를 들이키던 순간. 취기가 오른 상태로 라면을 끓이던 순간. 이유 모를 편두통에 지끈거리는 머릴 누르며 나도 모르게 눈을 감은 동시에 잠이 든 순간. 깨어났을 때 나는 뜨거운 지옥불이 감싸고 있고 검은 연기로 가득한 공간에 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원룸인 탓에 문은 바로 앞에 있었다. 도망치듯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곳에서 빠져나왔다. 밖에서 본 내 보금자리는 타오르는 빛을 발하며 생명을 다하고 있었다. 내 피부는 지렁이가 밟혀 괴로워하듯 짓눌려 꿈틀거렸다. 이제 실감난다. 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