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생활을 한지 어느 덧 십 여 년이 넘어가고 있다. (여기 누누에는 젊은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았는데, 내가 연차 커밍아웃을 해도 될까 싶었지만, 민호님이 연차 다양성(ㅋㅋ)을 존중하여 나 같은 사람도 초대해 주신 것이 아닐까 싶어 공개해 봅니다.🤣)
암튼, 신입, 주니어 때는 짬이 쌓이면 회사 생활도 쉬워질 줄 알았는데 십 여년이 지나도, 또 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어려움이 매일 나타나는 것이 참 놀랍다.
이만큼쯤 되니, 이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내 안의 두려움과 싸운다는 느낌이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이 시간 안에, 윗 분들이 혹은 나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해 낼 수 있을까?하며 완벽하지 못할거면 아예 하지도 말자-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고 싶은 나 자신의 지독한 완벽주의와 매일 싸운다.
또 같이 일하는 아래 후배 직원 친구들과 일할 때는, 내가 이렇게 말해도 될까? 어느 정도까지 일을 내려야 할까? 일을 내려야 이 친구들도 직접 해 보면서 배우는 경험이 늘어날 텐데, 그렇다고 계속 내리면 마치 나는 일을 하나도 안하고 계속 시키기만 한다고 뒤에서 욕을 하지는 않을까?하며 일을 내리기도 전에 우려가 앞선다. 또 후배 친구들의 업무 중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피드백을 해줘야 할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아예 하지 말아야할까? 같은 팀이 아닌 경우엔, 내가 의견을 내도 될까?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의 연결들이 결국엔 내 안의 여러 가지 두려움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직접 말은 못하고 혼자서 끙끙.
또 어려운 것은 윗 분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이다. 상황은 답정너일 때가 많고, 위에서 Top-down으로 떨어지는 지시들도 있는데, 여기서 어디까지 어떻게 수용하고, 내가 아니라고 생각이 되는 부분은 정말 아니라고 말해도 될까?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나오는 것처럼 일단 "까라면 까보고"가 맞는 것일까? 회사 돌아가는 상황에서 좋다, 아니다 말하고 싶은 의견이 참 많은 나인데, 한 마디 어딘가 공식적으로 했다가는 미운 털 박혀서 "쟤는 지 일을 제대로 하는 애야?"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말은 못하고 꾹 참는 경우가 참 많다... (그렇지만 저희 회사는 참 좋은 회사입니다. 저는 저희 브랜드를 참 사랑해요오....제가 너무 애정이 많아서 그렇담니다 하하핫)
암튼 일하는 시간만큼 머리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나에게, 이 책은 제목 그 자체부터 힐링과 위안감을 주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니. 이전 회사에서도 늘 두려움과 불안을 마음의 밑바탕에 두고 일하는 동력을 충전했던 나이기에, 두려움이 이야기하고 일한다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나 생소하고, 이상적이었다.
소리 지르는 CEO, 자기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밀면 해고, 위계 질서에 반하는(아랫 사람이 윗 사람의 지시에 반하거나 의문을 가질시에는 묵살되는) 그런 상황과 문화가,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국적과 업계를 막론하고 모두가 실패의 두려움에 휩싸여 내달릴 때, 대표와 리더십들이 본인들의 생각만 옳다는 생각에 갇혀 있을 때 아주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구나하고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확실한 것은, 이제 세상이 변했고, 그래서 정말 스티브 잡스처럼 세기에 나올까말까한 대천재가 아니고서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패하지마~~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 실패였는지를 빨리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만 그 안에서 배우고 다시 빨리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경우로 망한 회사/조직의 사례들이 나오는데 참.. 흥미로웠다.
이 책은 아주 구체적으로, 그래서 어떻게하면 두려움 없이, 조직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리더라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아주 찬찬히 알려주신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리더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 이러한 두려움 없이 소신있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연차는 있지만 아직 팀장도 아니고, 파트장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 아래에 여러 후배직원들이 있으니, 이 부분에서는 나도 찔끔 팩트폭행을 당한 듯 하여 반성을 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오늘도 팀원들과 미팅을 하며,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질문하세요"라고 말은 했지만, 얼굴 표정과 목소리도 정말 상냥하였는지, 진심으로 상대의 의견을 들으려고 했던 말이었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조직의 리더라면, 중간 관리자 이상이라면, 신입은 아닌 주니어라면, 회사와 조직 안에서 두려움 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고, 상대의 진정한,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은 우리 모두의 책상에 놓아주고 싶은 책이다.
누누에서 첫번째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