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교회 | 성령강림절 후 여섯째 주일 | 2026년 7월 5일
서형석
들어가며 - 교리와 신앙
사도신경 | 새번역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 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 사도신경은 그리스도인이 믿어야 할 바를 핵심적으로 요약한 고대교회의 신앙고백이다. 원시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세례식에서 사용한 의식문이 발전하여 7-8세기경 교회에 정착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사도신경이 되었다.
- 사도신경은 예배나 세례식에서 사용되는 교회의 신앙고백이다. 즉 교리에 대한 단순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삼위 하나님과 신자 사이에 인격적 관계가 맺어지고 깊어지는 예전적 맥락에서 형성되었다. 우리 믿음의 내용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과 주관적인 감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신앙은 수많은 사람이 함께 고백했던 언어와 그들의 교제로 만들어진 교회 속에서 태어난다.
- 사도신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삼위 하나님의 존재와 활동에 나의 삶을 걸겠다는 공동체적 고백이다. 공동체 속에서 ‘나는 믿습니다’credo라고 사도신경을 고백한다는 것은, 나보다 더 크고 더 위대하며 더 오래된 무언가에 접붙여짐을 의미한다. 삼라만상의 주님이신 하나님의 은혜의 포괄성에 상응하듯, 우리는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전 세계 곳곳의 성도와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다.
- 사도신경은 ‘세상으로부터’ 구분되는 하나님 백성으로서 교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신앙고백이다. 천지만물을 창조하고 구원하고 완성하시는 하나님을 믿을 때, 세상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세상을 진실하게 대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이로써 ‘교회로부터’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담대함을 가지게 된다.
- 신경과 교리는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 그 신앙을 정리하고 정돈한 문헌이다. 오늘부터 3주간 빈자리교회는 그 교리를 형성한 신앙의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시간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의 신앙을 점검하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빈자리교회가 고백하고 실천해야 하는 믿음의 삶을 상상해보자.
만물을 아우르는 이야기
- 우리는 그리스도교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스도교 언어에도 익숙하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은 성서가 증언하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그분이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를 알고 있다고 전제함으로써 우리 시대에 새로운 놀라움과 갱신이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이미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고 있다는 가정 아래 성서에 바탕을 둔 상상력을 기르지 못한다. 한때 세상을 놀라게 했던 생명력 넘치는 성서와 교회 전통의 흐름은 우리에게 낯설다.
- 애초에 그리스도교는 놀라움이었다. 누구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누구도 그리스도교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리스도교에 담긴 뜻과 힘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때때로 사람들(특히 로마인들)은 이를 없애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수세기에 걸쳐 그리스도교는 작은 유대교 분파에서 로마 세계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러한 전개를 예측하지 못했다.
- 초기 그리스도교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한 사람, 나사렛 예수라는 한 유대인에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관심을 집중한다는데 있다. 왜 나사렛 예수라는 한 인물에게 이토록 집중하는 일이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토록 놀라운 일인지를 이해하려면 일정한 틀이 필요하다. 앞으로 초기 그리스도교의 세 가지 측면(만물을 아우르는 이야기, 인간, 제도)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오늘은 첫 번째 측면인 ‘만물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살펴본다.
- 소설가 바바라 하디는 말했다. “우리는 이야기 안에서 꿈꾸고 공상한다. 이야기로 기억하고, 기대하고, 희망하고, 절망하고, 믿고, 의심하고, 계획하고, 수정하고, 비판하고, 구성하고, 수군대고, 배우고, 미워하고, 사랑한다.”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 전체를 살아가는 방식이자 그 바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살아간다.
- 그리스도교는 ‘만물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 모든 세계를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을 택하신 하나님, 나사렛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키신 그 하나님이 하나님 아닌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이라고 믿었다. 세상에는 하나님과 하나님이 아닌 존재들, 그 둘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이 세상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만물,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1) 십자가 처형과 부활의 놀라움 - ‘만물을 아우르는 이야기’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