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하치만역에서 버스로 10분 남짓 달리면 나지막한 언덕 위, 푸른 잔디로 뒤덮인 독특한 지붕이 나타납니다. 화과자 '타네야'와 바움쿠헨으로 유명한 양과자 '클럽 하리에'를 운영하는 타네야그룹의 플래그십 매장, '라 코리나(La Collina)'입니다.
**La Collina(라 코리나)**는 이탈리아어로 **“언덕(the hill)”**이라는 뜻이다.
타네야 공식 설명에 따르면, 2012년 이탈리아 건축가·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가 오미하치만의 계획지를 방문했을 때 붙인 이름이다. 그가 현장의 완만한 언덕과 자연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던 중, 당시 타네야 사장이 “언덕을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합니까?”라고 묻자 데 루키가 **“La Collina”**라고 답했고, 그 이름이 그대로 프로젝트명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름이 먼저 정해지고 난 뒤 건축에 들어갔다는 거다. 메인숍을 설계한 후지모리 테루노부도 타네야로부터 받은 핵심 개념이 사실상 **“La Collina = 언덕”**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지금의 대표적인 풀로 덮인 지붕 자체가 하나의 언덕처럼 보이는 건축으로 발전했다.
즉 라 코리나는 멋있어 보이려고 붙인 이탈리아어 상호가 아니라, ‘언덕에서 시작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공간 개념의 이름에 가깝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기이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고시엔 구장 세 개에 맞먹는 광활한 부지 한가운데, 가장 값비싼 일등지를 상업시설 대신 진짜 '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이곳은 호텔과 수영장을 갖춘 후생연금 휴양시설이었습니다. 타네야는 2008년 이 부지를 낙찰 받아 ‘땅을 개발’하는 대신 ‘흙과 벼’에게 통째로 내주며 ‘논’을 지었습니다.

야마모토 마사히토 타네야그룹 CEO 스스로도 일등지를 통째로 논으로 쓰는 기업은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 논이야말로 타네야가 고객에게 보여주어야 할 오미하치만의 원형이자 미래라고 확신했습니다. 본사 사옥마저 이 논밭 곁으로 옮겼습니다.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야마모토는 창업 145년을 두고 "인류와 지구의 유구한 역사로 보면 고작 145년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터전인 오미하치만을 쇠락시키거나 자연을 파괴할 권리는 없기에, 당장의 분기 매출보다 100년, 20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당대 경영자가 살아서 가시적인 성과를 뽐내는 것은 무의미하며, 먼 훗날 후손들에게 "그 시절 선대가 해둔 일이 지금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야 비로소 성공이라는 철학입니다.
라 코리나는 뒷산 하치만야마에서 주워 온 도토리를 싹 틔워 심습니다. 묘목들이 자라 50년, 100년에 걸쳐 숲을 이룰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주목할 대목은 오미하치만의 상징이던 옛 하치만 기와(八幡瓦)를 복원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가마터의 맥이 끊긴 상황에서 과거를 박제하듯 재현하는 대신, 야마모토는 3년간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자연에 배운다'는 새로운 화두를 세웠습니다. 흘러간 옛 풍경을 흉내 내기보다, 훗날의 사람들이 "이것이 바로 오미하치만"이라고 부를 미래의 원형을 새로 짓겠다는 야심이었습니다.

과자의 맛 역시 시대에 맞춰 새롭게 개선했습니다. 창업 무렵 밤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설탕 덩어리에 가까웠던 구리만주는 밤 함량을 대폭 늘리고 설탕을 덜어내 현대인의 입맛에 맞췄습니다. 경영이념이라는 단단한 줄기는 지키되, 곁가지는 그 시대 당주가 과감히 쳐내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지 분별하지 못하면 경영자로서 실격이며, 전통이란 모셔두는 유물이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며 '이어가는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100년 뒤를 호언하던 브랜드도 2020년 봄, 당장 다음 달의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유통망이던 백화점이 연이어 셔터를 내리자, 타네야 매장 매출은 한때 전년의 20%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사시사철 붐비던 라 코리나마저 한 달가량 문을 닫았습니다. 150년에 이르는 가업 역사상 처음 마주한 위기 앞에서 야마모토는 뼈아픈 무력감을 털어놓았습니다. 발 디딜 틈 없던 공간이 일순간 멈춰 섰고, 만주 한 개를 팔기 위해 뼈를 깎는 궁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했습니다. 아무리 숭고한 철학을 말해도 당장 매출이 꺾여 문을 닫으면 장사가 아닙니다. 이번 달을 버텨내지 못하는 기업에게 내일의 100년 숲은 한낱 허상에 불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