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어떤 아기엄만데- 시율이 정도 되는 아기를 데리고 혼자 와서 밥을 먹는데- 아니 애 얼굴이 벌겋게 올라와있는데 애를 완전 두껍게 입히고 있더라. 가서 말해줄 수도 없고. 현진이 인스타에다 좀 올려 이런거를."
출근한 남편이 마트에서 저녁을 먹다가 전화로 해준 이야기예요.
사실 안 그래도 이 내용을 한 번 전하고 싶었어요. 첫째 때 고생했던 시간들처럼 고생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구요. (전 원형 탈모까지 심하게 왔었어요 ㅠㅠ)
눈치 채셨겠지만, 열 관리예요. 제가 모든 아토피 케이스를 아는 건 아니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마 비슷한 경우가 있을 거 같아요.
저희 첫째는 생후 5개월 때, 추석 즈음 가을이 되면서 시작됐어요.
추워졌다고 긴팔 긴바지를 입히기 시작했고, 며칠 되지 않아 온몸에 열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괜찮아지겠지 했던 게 전혀 괜찮지 않아서 두 달 후 알러지 검사를 했고, 밀가루·유제품·견과류·고양이 등의 알러지 수치가 나왔어요. 그래서 그때는 알러지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죠. (알러지도 열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날씨가 봄이 되면서 아이의 아토피는 좋아졌고 (그 사이 로션만 5번은 바꿨던 것 같아요), 그렇게 2년은 문제없이 지나갔어요.
그러다 4살 가을, 아이 머리 펌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펌 할 때 큰 열을 쬐는 기구 있잖아요, 그걸 아이 머리에 쬔 거예요. 그때까진 몰랐어요.
다음 날 에버랜드에 갔는데, 가을이라 긴팔 긴바지를 입혀서 갔어요. 아이가 랫서판다 옷을 입고 싶어 해서 사서 입혀줬는데, 그날 거의 여름 날씨였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이 몸 전체에 열꽃이 피면서 아토피 증상이 시작됐어요. 한의원에서 60만 원어치 약을 지어줬지만, 어르고 달래서 겨우 먹였는데도 별 차도는 없었어요. 그때부터 밤마다 긁는 아이를 말리느라 저는 원형 탈모가 왔었어요.
이 일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게 바로, 우리 아이 아토피의 원인은 열이라는 거였어요.
그 뒤로 기모 옷은 한 번도 사 입힌 적 없고, 아무리 추운 겨울도 안쪽은 얇게 입히고 목이 올라오는 옷도 안 입혔어요. 목은 열이 빠져나가는 굴뚝 역할이니까요.
그렇게 열 관리를 시작하자, 아토피는 더 이상 우리 가족을 괴롭히지 않았어요.
둘째를 임신하고 가장 걱정됐던 게 첫째처럼 알러지와 아토피가 있으면 어쩌지였어요.
8월생인 둘째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시원해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에어컨을 내내 틀었고, 가을까지는 문제가 없었어요. 좀 더 추워진 11월쯤부터 선물로 들어온 가을·겨울 내의를 입히기 시작했더니, 자꾸 볼이 빨개지고 몸에도 한두 군데씩 불긋불긋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12월 사진을 보면 애 얼굴은 벌건데 두꺼운 긴내의를 입혀놓은 사진이 있어요.)
그러다 1월에 갔던 펜션이 많이 더웠는데, 그때가 아마 피크로 열이 올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열 때문인 것 같아서 다시 여름처럼 옷을 입히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겨울인데 싶어서 얇은 긴소매 긴바지를 사서 입혔다가, 이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메쉬 반팔에 다리도 없는 바디수트로 입혔어요. 친정엄마가 오셔서 계속 "애 춥다춥다" 하셔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시원하게 입혔어요.
그러고 얼마 지나면서 든 생각이, "응? 로션을 계속 안 발라줘도 애 피부가 괜찮다?"였어요. 그 전에는 로션을 수시로 발라줬었거든요. 조금씩 거친 부분들이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고, 붉은기도 없어졌어요. 시원하게 입히니 아이가 자기 얼굴을 긁는 일도 없어졌고요.
하루는 아이를 바디수트만 입혀서 잠깐 식당에 갔는데,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아고 아기가 살을 다 내놓고 나왔네-" 하시더라구요. 그냥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