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원하던 이십팔살의 나는 냉정하고, 카리스마있고, 멋있고, 한 손엔 아메리카노(뜨아든 아아든 상관없다. 그러나 커피는 무조건 아메리카노여야 한다.)를 들고 차키로 문을 열어서 운전석에 올라탄 후 운전을 해서 출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매일 아침 지옥버스에 몸을 싣고 그게 싫다면 최선의 방법으로 월급을 택시에 탕진하며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누리며 출근한 뒤 회사에서 내려마시는 공짜커피...(뭐든 상관없다며. 커피면 된다)를 마시며 헐레벌떡 일을 시작하는 나는 이제 작가도 직장인도 아닌 그냥 호구가 되어있었다.
엄마는 말했다. "나는 우리 딸이 진짜 대단한 거 같아~ 어쩜 그 시킨다고 또 그걸 다 완성하고 하니! 정말 대단해! 엄마는 모르면 못했을텐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답했다. "엄마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냥 호구인거야. 내가 무슨 특전사도 아니고, 안 되면 되게하라! 정신으로 왜 일을 하고 있냐구요."
뷰티 매장 알바, 편의점 알바, PC방 알바, 프렌차이즈 카페 알바, 패밀리레스토랑 알바, 사무보조 알바, 백화점 알바, 개인카페 알바, 병원 간호 보조 알바 등...여러 알바를 정복하고 교양 막내 작가, 예능 막내 작가, 온라인콘텐츠 작가, 드라마 보조작가, 헤드헌터 등등 이제 직업을 정복하고 있다.
내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도 아니고, 악당도 빌런도 아닌데 무슨 직업정복자도 아니고 뭔 놈의 직업이 몇개인지. 사람은 하나인데~ 직업은 여러개~ 운동을 하다가 피티쌤한테 어짜피 살 빼는 거 그냥 저를 나눠서 저랑 똑같은 사람 3명을 만들면 안될까요? 했다가 오히려 더 굴려졌다.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나는 그렇게 호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 이름은 신호구, 이십팔살이죠. 나는 이제 내 꿈조차 까먹었다. 지금은 마케팅을 하는데 마케팅에 ㅁ자도 모르는 내가 마케팅을 할라니까 골머리가 아프다. 원래는 7시 퇴근인데 제대로 퇴근해 본 적이 없다. 힘들다고 얘기하자니 세상 사람 다 힘들어 보인다.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내가 폐인이 되고, 호구가 되니, 내 눈에 모든 사람이...그렇게 보인다...행복하게 살고 있는 분들을 그렇게 본다면 죄송하다...
도대체 웃긴 글이 뭔데, 재밌는 글 어떻게 쓰는 건데...다들 나한테 묻는다. "휴가 언제야? 휴가 계획 있어?" 여러분 저는 내일 제가 존재할지도 모르고 오늘도 계획이 없어요...휴가가 뭔데...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21년 7월 21일을 처음 살아보는데 도대체 제가 뭘 얼마나 잘 할 거 같나요...




지금 나의 세계는 "왜 해야합니까 이걸?"로 시작해서 일단 이해한 척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하며, 못하면 변명을 생각하는 나는 아직 사회초년.....년.....그냥 미친X이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나도 또라이가 되어야지!!!!!" 다짐하지만, 다음 날 일어나면 내 다짐은 증발해서 사라지고 "나는 호구야"만 남아 있는 아침을 맞이한다.
어제는 회사에서 회의하다가 내가 만든 회사 홈페이지를 회사 사람들이 한 명도 구경도 안 하고~ 홍보도 안 해주고~ 하길래 울컥해서 눈물을 쏟았다. 왜 이 타이밍에 나오고 난리냐 눈물아, 눈치 챙겨, 모두 놀라셨겠지만 나도 놀랐다. 눈물아 멈춰 제발!!!!!!!!! 지금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닭똥같은 눈물을 호도도도 떨어트리며 "흐흑.......끅......많이........홍보해주세요..........흐끅.....가..감사합니다흐긓그...."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