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ok?"

머리가 노란 스페인 꼬마가 물었다. 가파른 모래사장이 익숙하지 않아 비틀대는 내가 불안해 보였나보다.

"Sure, it's ok."

대답은 했지만 내심 괜찮지 않았다.

순례길을 끝내고 무턱대고 도착한 스페인 서쪽의 작은 시골마을, 리레스의 파도는 초보 서퍼인 내겐 너무나 깊고 거칠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리레스로 서핑을 하러 간 건 후회하지 않지만, 무모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무모했다.

특히 첫날에는 파도가 어찌나 거칠고 난잡한지, 물 아래의 모래가 다 흩날려 해변에서 부서지는 파도의 색이 누렇고 탁했었다. 해변과 바닷물의 경계선 근처인데도 허리춤까지 솟아오르는 파도는 덤.

그래서일까, 나는 멀고 먼 스페인 시골 마을까지 가서도 3일 내내 가슴께 언저리의 얕은 해변에서 밀어타기만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보다 열 댓살은 어려보이는 꼬마들이 바다 한복판에서 신나게 바모스(스페인어로 GO)를 외치며 파도를 타는 동안 말이다.

서핑을 시작한 지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물과 바다가 무섭다.

서퍼가 물을 무서워 한다니, 얼핏 들으면 이상한 이야기다. 하지만 서퍼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죽는다.

제 몸만한 스티로폼 덩어리 하나에 의지해 집채만한 파도를 자유자재로 가르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파도가 높은 날, 보드 위에 엎드려 덮쳐드는 파도를 마주해 보면 그 의미를 바로 알게된다.

머리 위로 무너지는 파도를 수면 높이에서 올려다보는 건, 서 있을 때 파도를 맞는 것과 체감의 차원이 다르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면 그 공포는 배가된다. 그래서 더더욱 두려움과 용기, 만용의 구분이 확실해야 한다.

그럴때 마다 느끼는 건 말이 파도 타기지 사실은 파도가 태워주는것에 가깝지 않나 싶다. 아무리 잘난 서퍼도 바다가 허락하지 않으면 파도를 탈 수 없다. 파도는 그저 칠 뿐이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 찰나의 기회에 잘 올라타는게 전부다.

사람이 아무리 용을 써도 파도는 원하는 모양으로 쳐주지 않는다. 서퍼들에게 허락된 것은 기다림과 경험 끝에 얻는 파도를 보는 눈 뿐.

제멋대로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한참을 떠다니며 원하는 파도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