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패인은 미국 정책 변화였나

중국 시장에 대한 조급함에서 비롯된 헛바퀴

혼다가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었던 전기차(EV) 라인업 ‘0 시리즈’를 포함해 3개 차종 개발을 중단하는 상황에 몰렸다. 혼다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듯, 다소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EV 전환에 돌진했고 되돌아설 시점을 놓쳤다. 회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와 보조금 중단을 원인으로 든다. 그러나 진짜 패인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조급함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2024년에 0 시리즈 금형 제작을 승인했고 생산 준비도 이미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2025년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혼다 사장 미베 도시히로는 2026년 5월 열린 2026년 3월기 연결 결산 설명회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EV 전환 투자는 2025년 미국의 정책 전환 이전에 내려진 경영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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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혼다 사장 미베 도시히로

2026년 5월 14일 열린 2026년 3월기 결산 및 사륜 사업 재구축 ‘비즈니스 업데이트’ 설명회. 출처: 日経Automotive

미베 사장은 이어 “미국의 규제 완화와 보조금 폐지로 EV 시장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멈추거나, 손실을 감수하고 판매를 강행하는 것뿐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손실을 내기보다는 적자가 나더라도 지금 멈추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최적의 ‘손절’이었다는 주장이다.

혼다는 EV 개발과 생산 준비를 대폭 축소·정리하면서 2026년 3월기에 EV 관련 손실 1조4536억 엔을 계상했다. 그 결과 사륜 사업은 4143억 엔의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EV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혼다는 2026년 3월 EV 전략 재검토와 함께, EV 관련 손실이 2년간 최대 2조5000억 엔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북미에서 생산할 예정이던 0 시리즈 2개 차종(세단·SUV)과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 1개 차종 등 EV 3개 차종의 개발을 중단했다. 그 여파로 소니그룹과의 합작사 소니·혼다 모빌리티도 EV ‘AFEELA(아필라)’의 개발·출시 중단을 결정했다.

반면 2027년 3월기에는 EV 관련 손실을 5000억 엔 수준으로 억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5000억 엔 흑자로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21년부터 이미 보였던 징후

혼다 EV 전략 수정의 직접적 계기는, 미베 사장이 말한 대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EV 보조금 폐지와 환경 규제 완화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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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혼다가 공개한 EV 사업 재검토까지의 흐름

2022년 제정된 ACC II(첨단 클린카 규제)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혼다의 북미 EV 사업을 가속했다. 2024년에는 신형 EV 생산에 필요한 금형 제작을 승인했고, 2025년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출처: 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