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도 미식이 될 수 있을까?’ 맥주가 그저 시원하게 탄산감으로만 먹는 술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맥주도 미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서울집시의 Bottle 맥주들은 한국 재료와 야생 효모를 이용해 아름다운 한국 술을 만드려는 시도인데요. 진도 흑미의 붉은 빛이 담긴 새로운 바틀 맥주 소식으로 인사드립니다. 5월호 시작합니다!
먹고 마시는 걸 업으로 삼을만큼 좋아하다보니, 여행을 가거나 국내에서도 다이닝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먹을 수 있는 예술이니 즐거울 수 밖에요!!) 한번은 한식을 주제로 하는 한 다이닝에 갔을 때였습니다. 옆 테이블에 프랑스 손님들이 앉았는데, 그들에게 프랑스 와인을 설명하고 있는 소믈리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행기를 10시간 넘게 타고 한국까지 왔는데.. 그 나라에서 더 저렴하고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마시고 싶을까?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을까?”
그렇게 한국에도 미식과 다이닝에 어울리는 좋은 한국 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조사로서 가슴이 뛰는 도전이었죠.

물론 양조장을 차리고 망하지 않게 운영하면서.. 이런 실험적이고 긴 시간이 걸리는 맥주를 만들어야 했기에 아이디어가 현실화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ㅎㅎ) 그래도 2022년 씨앗 맥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바틀 맥주를 선보였고 여러 다이닝과 와인바에서 소개되면서, 맥주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에게 ‘세상에 이런 맥주도 있구나! 맥주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를 알리며 편견을 부숴나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자드락은 감회가 조금 남다른데요.

바로 개인적으로 오랜 팬이었던 안성재 쉐프님의 모수에 서울집시 자드락이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모수의 음식들을 먹을때면, 첫 디쉬부터 마지막 디저트까지 하나의 결로 이어지면서.. 아 쉐프님이 무엇을 추구하고, 뭘 말하고자 하는지를 오직 음식으로서 온전히 느끼는 놀라운 경험을 했기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같은 창작자로서 이건 예술의 영역이라 생각하며 깊이 존경해 왔습니다. 그런 모수의 훌륭한 요리와 서울집시의 맥주를 함께 페어링 할 수 있게 되다니.. 오랜 꿈 하나를 마침내 이룬 기분입니다. 너무 오래 감상에 젖었던거 같네요. 그럼 자드락 맥주 소개합니다!

자드락은 팜하우스 에일입니다. 팜하우스 에일은 ‘Farmhouse(농가)’라는 이름처럼 양조장이 아닌, 농장에서 태어난 맥주입니다.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 시골마을에서 추수를 마치고 한가한 계절에 남은 곡식들로 맥주를 빚어, 다음해 농번기에 마시던 것에서 출발했죠. (팜하우스 에일의 대표적인 스타일 중 하나가 바로 세종 Saison 입니다!)

서울집시는 팜하우스 에일을 단순히 맥주 스타일이라기보다, 하나의 ‘양조 철학’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마치 집집마다 각자의 개성을 담아 빚던 가양주처럼, 그 집에서 길러낸 곡식들, 그 집의 손맛(효모가 될 수도 있고, 양조 방식이 될 수도 있겠죠?)이 담겨서 집집마다 고유한 개성담긴 맥주를 담그는 그 자체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왜냐면 저희는 양조장마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팜하우스 에일은 서울집시 양조 철학의 토대이자 양조장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스타일 중 하나입니다.

(낮은 구릉들과 산이 이어진 진도의 독특한 지형)
이번 바틀 ‘자드락’은 전남 진도에서 자란 흑미로 만들었습니다. 자드락은 산자락의 작은 밭을 뜻하는 우리말인데요. 진도는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진 섬으로 ‘자드락’이라는 이름이 이 땅의 지형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