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7월인데, 이렇게 선선한 6월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당장 많이 덥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제철에 제 것이 오는 오래된 자연의 약속이 점점 예측되지 않아지는 것 같은데요. 자연의 재료로 맥주를 만드는 저희로서는 그 변화가 무섭기도 하네요. 그래도 덥지 않아 좋았던 6월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서울집시가 가장 사랑하는 여름 맥주 <코끝에 여름>의 2026 버전이 거의 완성됐습니다. 연중 단 2주만 수확할 수 있는 생제피가 주인공이기에 매년 제피 철에 단 한 번만 만들 수 있고, 이 시기를 지나면 마실 수 없는.. 말 그대로 ‘제철맥주’ 입니다.

점점 제철이라는 말이 희미해지는 것 같은데요. 마트에 가면 딸기는 사계절 내내 있고, 수박은 겨울에도 살 수 있죠. 인간이 계절을 통제해서 하우스 재배를 하거나, 화학식으로 향을 만들어 재료 없이도 맛을 흉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연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이 생길수록, 오히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맛은 더 희소해지고 귀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포도향은 딱 한 가지 맛이지만 (마이구미, 폴라포 맛) 와인은 어떤 한 가지 맛이라고 정의내리기 어렵잖아요. 같은 포도라고 해도 어떤 밭에 심느냐, 그해의 날씨가 어땠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의 와인이 되는 것 처럼 그 복잡다단함은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매 해 다르고, 균일하지 않고, 예측도 되지 않지만 그게 매력이고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거 아닐까요?

사실 <코끝에 여름>이 딱 그런 맥주입니다. 바로 메인 재료인 제피가 인간의 통제(?)가 정말 어렵거든요. 생제피 수확의 골든타임 2주를 넘어가면, 맛이 억세지고 향이 약해져서 맥주로 만들기 적합하지 않아집니다. 2주라는 말이 쉽게 들릴 수 있지만.. 그 2주가 저희가 미리 달력에 적어놓는다고 해서 오는게 아니에요.
그 해 여름이 얼마나 일찍 찾아왔는지,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저녁이 얼마나 선선했는지에 따라 제피가 알아서 익어가거든요. 제피는 말을 못해서 ‘야! 지금이야!’ 라고 말해주지도 않구요😂

코끝에 여름은 맥주 1차 발효를 한 후, 제피를 더해 2차 발효해 완성 되는데요. 다년간의 통계를 바탕으로 제피 수확시기와 1차 발효가 끝나는 시기를 최대한 맞춰서 미리 양조에 들어가는데.. 작년 같은 경우는 너무 여름이 빨리 찾아온 까닭에 제피가 너무 빨리 익어버려 억세고 향도 적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높은 내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만나지 못하게 되었죠. (비운의 코끝에 여름 2025🥹)

평년보다 3주 정도 빨리 익어버린 작년의 교훈을 기억하고, 제피가 준비되면 바로 2차 발효를 시작할 수 있도록 5월 초부터 맥주를 미리 양조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왠걸? 올여름은 왜 이렇게 선선한가요..🥲? 결국 예년보다 더위가 늦게 찾아온 까닭에 오히려 평년보다 2~3주 늦게 수확이 되었습니다.
결국 작은 양조장에 몇개 안되는 소중한 탱크 하나가 제피를 기다리며 1달 넘게 자리를 차지한 까닭에.. 올 여름 양조장 운영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얼른 완성해 다른 맥주를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데 너무나 초조한 작은 양조장의 슬픔☠️

여하튼 긴 기다림 끝에 여름 기운이 가득 담긴 제피를 받아 드디어 제피를 더해주었습니다. 벌써 2주전에 제피를 더했는데 2차 발효에도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7월 중순에나 만나볼 수 있을거 같은데요. 자연과 효모가 완성하는 것들은 참 만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올해 2026년의 떼루아가 담긴 코끝에 여름 2026. 올해는 어떤 맛일까요? 곧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