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오래, 그리고 많이 해왔습니다. 제일 오래한 게임은 던전앤파이터로 16년을 했고 스팀은 100개 이상의 게임을 가지고 있고 플레이타임은 총합 3,000시간이 넘습니다. 그렇게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화면보다 소리가 먼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작에서 보스 방으로 이동했을 때 BGM이 자연스럽게 바뀌던 것, 던전앤파이터의 단단한 타격음, 포르자 호라이즌 6에서 속도를 올릴 때 같이 올라가던 엔진 소리 같은 것들입니다. 게임을 끄고 나서도 머릿속에 남는 건 대체로 그래픽이 아니라 소리였습니다.
그때부터 소리가 배경에 깔려 있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그 순간의 기분까지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던 시절 폴리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광고 영상의 소리를 전부 지우고 직접 녹음한 소리로 다시 채우는 수업이었습니다.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는 장면에는 청바지에 사포를 문질러 소리를 만들었고, 가방 안에서 물건들이 뒹구는 장면에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구슬을 굴려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소리를 하나씩 맞춰 넣는 과정이 곡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즐거움이 계기가 되어 사운드 디자인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 안에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가장 좋아하며 해온 것이 게임이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영상에 소리를 입히는 일과 게임에 소리를 입히는 일은 다르다는 것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소리가 매번 달라져야 하고, 그래서 소리를 만드는 것만큼 그 소리가 게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할지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재미있어서 Wwise와 언리얼을 함께 공부해 왔습니다.
[회사명]의 [게임명]을 플레이하며 제가 좋아하는 결의 사운드를 들었고, 이곳에서라면 제가 준비해 온 것들을 제대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저를 한마디로 말하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폭넓게 해본 사람입니다. 여러 장르를 접하다 보니 게임마다 어떤 사운드가 어울리는지 판단이 빠른 편이고, 처음 보는 기획안이라도 유저가 어떤 소리에서 타격감과 몰입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업 방향을 정할 때 크게 헤매지 않습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를 준비하는 분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스터디를 하며 서로 작업물을 보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데, 그때 제 작업 속도가 다른 분들보다 빠른 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리를 기준으로 레퍼런스로 잡고 시작하기 때문에 소스를 찾는 시간이 짧습니다.
빠른 게 그 자체로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아낀 시간을 디테일에 다시 쓸 수 있어서, 같은 일정이라면 조금 더 손이 많이 간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캐주얼한 효과음부터 무겁고 웅장한 소리까지 한 장르에 갇히지 않고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가지고 있는 강점입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도 저를 설명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맡겨진 일은 군말 없이 열심히 하는 편이고, 시키는 것만 하고 멈추기보다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보이면 먼저 움직이는 성격입니다. 팀에서 일할 때 이런 태도가 옆 사람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생각하고, 신입으로서 가장 먼저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