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노션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들어오지 못했다가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런 무기력감이 몰려왔다. 마치 오랜만에 집안 청소를 하다 잃어버렸던 소중한 물건을 찾은 것처럼. 박스에서 팍하고 튀어나오는 것처럼 몸을 감싸고 천천히 짖누르는 무기력감은 꽤 지독했다.

여전히 해야하는 것은 많았고, 시간은 부족했다.잔고는 떨어져가지만, 당장의 수입은 없었다. 여유는 많은 듯 하다가 갑작스레 사라지곤 했다. 유월을 앞둔 상태에서 오월은 쉽게 나를 보내주지는 않았다.

창업자들은 이런 일을 자주 겪게된다. 스스로를 내몰아야하는 입장에서 번아웃은 중요한 시기에 방문한다. 대체로 그 상황을 팀원에게 시원하게 털어놓을 창업자는 많이 못 봤다. 결국 스스로가 해결할 문제이다.

감정과 물질, 어느쪽에서 시작되었든 고갈됨의 소용돌이는 쉽게 멈추지는 않는다. 결국 빨아들여 바닥으로 내몬다. 아둥바둥 버티는 방법도 있지만 체력전은 꽤 오래걸린다.

내가 택한 방법은 그냥 바닥으로 쭉 쳐박히는 것이었다. 깊은 바닷속으로 침전하는 것. 발버둥치지않고 쭉 떨어지고 싶었으나, 수년간 적응된 힘주고 사는 방식을 버리는게 쉽지는 않았다.

지금은 바닥에 내려왔다. 몸이 가벼워지기 전까지는 떠오르지는 않을것이다.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천천히 가지고있던 것을 소화시킬따름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천천히 떠오를 거라고 믿는수밖엔 없다.

어쩌면 이 회색빛 글을 읽는 당신도 침전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작 나는 잘 못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기적인 조언을 건네고 싶다.

며칠간의 침전동안 그나마 힘을 나게 해준 것들을 써본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1. 크리스피 도넛 몇개
  2. 시원한 커피
  3.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는 잠
  4. 쿵짝이 맞는 녀석들과 놀기
  5. 쌩뚱맞은 일하기(나의 경우엔 코딩)
  6. 오래된 사람, 장소에 가기
  7. 치킨
  8. 소리지르기 (나의 경우엔 검도장에서 질렀다)
  9. 흡연 (권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