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서를 순서대로 읽어오셨다면 이제 곧 실제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실 겁니다. 그 전에 잠깐, 지도 한 장만 펴고 가겠습니다.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원래는 수십 명의 스태프가 필요합니다. 시나리오 작가, 캐스팅 디렉터, 촬영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음향감독, 편집기사, 색보정 전문가, 배급 담당자. 이 가이드는 그 수십 명의 자리를 AI로 채우는 법을 다룹니다. 그런데 정작 어느 자리를 채우고 어느 자리는 못 채우는지 지도 없이 뛰어들면,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른 채 헤매게 됩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전통적인 영화 제작이 어떤 단계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각 단계에서 AI가 어디까지 밀고 들어왔는지를 먼저 정리해두려 합니다.


영화 제작의 다섯 단계

제작사마다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흐름은 어느 영화나 비슷합니다.

기획개발은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만드는 단계입니다. 로그라인 하나에서 시작해 시놉시스, 시나리오까지 나옵니다.

프리프로덕션은 그 이야기를 실제로 찍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단계입니다. 캐스팅, 장소 헌팅, 미술 설계, 샷 리스트가 여기서 나옵니다.

프로덕션은 카메라가 실제로 도는 단계입니다. 촬영, 조명, 배우의 연기가 이때 결정됩니다.

포스트프로덕션은 찍힌 것들을 하나의 영화로 엮는 단계입니다. 편집, 사운드, 색보정, 그래픽이 여기 속합니다.

배급은 완성된 영화를 관객에게 보내는 단계입니다. 포스터, 예고편, 상영 전략이 여기서 나옵니다.

AI 영화 제작도 결국 이 다섯 단계를 그대로 지나갑니다. 다만 각 단계에서 스태프 자리에 앉는 게 사람이 아니라 AI일 뿐입니다.


단계별 AI 대체 지도

아래 표는 전통적으로 그 일을 맡던 스태프의 역할과, 지금 AI가 그걸 어디까지 대신하는지,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오른쪽 칸은 이 가이드의 어느 챕터에서 그 부분을 다루는지도 함께 적었습니다.

전통적 역할 AI가 대신하는 부분 그래도 내가 판단할 부분 관련 챕터
시나리오 작가 로그라인, 비트시트, 대사 초안까지 빠르게 뽑아줍니다 어떤 이야기를 왜 하고 싶은지, 결말의 방향 영화 같은 시나리오 만들기
캐스팅 디렉터 얼굴, 표정, 체형을 시트로 만들어 배우 대신 세웁니다 이 얼굴이 이 인물처럼 느껴지는가 하는 감 캐릭터와 배경 생성
미술감독 공간의 구조, 소품, 색감을 레퍼런스 시트로 만듭니다 이 공간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상징하는가 캐릭터와 배경 생성
촬영감독·조명감독 샷 크기, 앵글, 렌즈, 조명 방향까지 프롬프트로 지시합니다 왜 하필 이 순간 이 샷이어야 하는가 이미지·비디오 생성 챕터들
성우·음향감독 대사 립싱크, 효과음, 배경음악까지 전부 생성됩니다 어디에 소리를 채우고 어디를 비워둘지 음성과 대사, 사운드와 배경음악
편집기사 컷 후보를 빠르게 늘어놓는 것까지는 도와줍니다 어떤 순서로, 얼마나 오래 보여줄지의 리듬 편집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색보정 전문가 클립 자체에 이미 어느 정도 톤이 입혀져 나옵니다 영화 전체를 하나의 색으로 묶는 감각 색보정
배급·마케팅 담당 포스터, 예고편, 홍보 문구를 뽑아줍니다 이 영화를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줄지의 전략 포스터·썸네일·트레일러 만들기

표를 죽 훑어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AI는 형태를 만드는 일에 강합니다. 얼굴을 그리고, 소리를 내고, 클립을 이어 붙이는 것 자체는 이제 AI가 더 빠르고 더 잘합니다.

반면 왜 그 형태여야 하는지는 여전히 내 몫으로 남습니다. 표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칸에 있는 질문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 얼굴이 맞는지, 이 순간 이 샷이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대신 답해주지 않습니다.


그럼 나는 뭘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