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가 같은 브랜드의 광고 서른 편에 연달아 등장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남다른 취향을 이야기하고, 다른 이에게는 일상의 편리한 기능을 설명합니다.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 앞에서는 할인 소식을 건넵니다. 얼굴과 목소리는 분명 같은데, 상품을 권하는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한 편 한 편은 그럴듯한 광고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서른 편을 한자리에 모아 두었을 때, 과연 우리가 알던 GD와 그 브랜드의 본래 모습이 떠오를까요.
이런 다채로운 광고를 만들기 위해 모델이 서른 번 카메라 앞에 설 필요는 이제 없습니다. 크리에이터 에밀리 히긴스가 선보인 시연 영상에서는 도입부가 서로 다른 세 편 중 두 편이 AI로 만들어졌습니다. 뉴욕의 스타트업 어베일이 출시한 크리에이터API(CreatorAPI)는 실제 인물이 촬영한 원본을 바탕으로 대사와 오프닝 훅, 구매 유도 문구(CTA)를 변형하는 플랫폼입니다. 브랜드는 출연자의 동의를 얻어 수많은 버전을 시험 집행하고, 시장의 반응이 검증된 광고에 예산을 집중합니다.

어베일이 의식하는 경쟁 상대는 가상 인플루언서입니다. 촬영 일정이나 물리적 제약이 없는 합성 인물과 겨루려면, 실제 사람에게도 소프트웨어와 같은 제작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로 다뤄도 좋을 제품과 주제, 주장의 범위를 사전에 설정하고 사용 권한에 따른 보상을 받습니다. 한 사람이 직접 촬영에 쏟을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의 한계를, '초상 활용 권한'을 통해 무한히 확장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그러나 브랜드가 유명인을 기용할 때 지불하는 대가에는 단순한 촬영 시간 이상의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 인물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취향과 태도, 그리고 대중이 그의 안목에 품는 신뢰입니다. 화면에 GD의 얼굴이 등장하는 것과, 그것이 'GD가 스스로 선택할 법한 제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단기적인 고객 반응에 맞춰 대사를 계속 바꾸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구의 얼굴을 얹어도 상관없는 무색무취한 광고로 전락하고 맙니다. 막대한 모델료를 들여 확보하려 했던 고유한 상징성이, 제작 편의와 효율의 유혹 속에서 증발하는 셈입니다.
한편 아마존은 화면을 손보는 이 기술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했습니다. 프라임 비디오는 독일 드라마 《맥스턴 홀》 시즌 1·2의 영어 더빙판에 AI 기반의 시각 립싱크를 적용했습니다. 대사는 전문 성우가 녹음하되, 화면 속 배우의 입술 움직임을 영어 발음에 맞추어 조정한 것입니다. 음성과 입 모양의 어긋남을 지워 시청자가 원작의 서사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돕는 시도입니다. 번역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화면까지 정교하게 매만진 사례입니다.

이를 GD의 광고에 대입해 보면, 단 한 번 촬영한 메시지를 영어와 일본어로 전개하며 각 언어에 맞게 입 모양만 보정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고객마다 서로 다른 구매 이유를 제시하는 방식과는 목적부터 다릅니다. 하나는 본래 전하려는 뜻을 온전히 지키며 언어의 장벽을 낮추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이 반응할 만한 미끼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길입니다.
물론 기업에는 두 가지 접근이 모두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장만 앵무새처럼 되뇐다고 브랜드가 저절로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며, 고객에 따라 메시지를 달리한다고 해서 정체성이 무조건 흐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관건은 파편화된 표현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어떤 인상을 빚어내느냐에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셰어 어 코크(Share a Coke)' 캠페인은 이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1년 호주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패키지 라벨의 상징적인 로고 자리에 가장 흔한 이름 150개를 새겨 넣었습니다. 이름을 인쇄하기 위해 전용 서체를 새로 개발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인상은 잃지 않았고, 코카콜라 특유의 붉은 색상 역시 엄격하게 지켜냈습니다. 이후 중국에서는 별명을 인쇄하는 등 국가별로 변주를 주었지만, '소중한 누군가와 콜라를 나눈다'는 캠페인의 핵심 가치만큼은 전 세계 어디서나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발견해 집어 든 사람도, 친구의 이름을 찾아 선물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각자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음료를 집어 들었지만, 그 소비는 결국 '나눔'이라는 하나의 행동으로 수렴되었습니다. 이름이라는 형식이 다양해질수록 캠페인의 본래 취지는 더 많은 이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정교한 개인화가 브랜드의 공통된 의미를 오히려 풍성하게 만든 셈입니다.
AI를 활용해 수십 편의 광고를 제작할 때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 지향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이 지닌 여러 장점 중 개별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를 먼저 건네되, 그 다양한 설명들이 종국에는 브랜드에 대한 하나의 명확한 이해로 모이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가령 동일한 자동차를 두고 장거리 출퇴근이 잦은 운전자에게는 피로를 덜어주는 주행 보조 기능을, 가족 고객에게는 안락하고 쾌적한 뒷좌석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소구점을 내세운 광고들이지만, 이들은 합쳐져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 공간'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인상을 완성합니다. 반면 할인 안내 문구의 전환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프로모션 중심의 광고만 무한정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교한 승차감과 독보적인 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프리미엄 브랜드라 할지라도, 결국 '세일할 때나 사는 차'로 소비자의 뇌리에 굳어지고 맙니다. 개별 광고의 단기 효율은 치솟을지언정, 고객이 제값을 지불할 본질적인 근거는 서서히 무너집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문구를 찾는 일과, 시간이 흘러도 흔들림 없이 반복해야 할 약속을 지키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판단입니다.
크리에이터API에서 출연자는 자신의 모습을 활용해도 좋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합니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어떤 핵심 가치를 타협 없이 고수할 것인지, 무엇을 고객의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변주할 것인지, 아무리 전환 효율이 높아도 절대 쓰지 않을 표현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규정해야 합니다. 모델의 동의를 얻었다고 해서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자동으로 담보되지는 않습니다. 최적의 광고를 가려내는 기준판 위에는 클릭률과 구매 전환율뿐만 아니라,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어떤 이유로 기억하길 바라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반드시 올라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