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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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완성차업체 간 격차와 정부 보조금만으로 설명하면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1만 7,600곳의 전문기업을 놓치게 된다. 이 기업들은 까다로운 고객 검증을 통과하고 해외 공장에서도 납품을 이어 가며 B2B 브랜드로서 신뢰를 쌓고 있다. 경쟁 브랜드들이 같은 하위 공급사와 연결되는 사례가 늘면서, 완성차업체는 시스템 통합과 검증 역량으로 자사 브랜드만의 성능을 증명해야 한다.

2025년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중국계 부품 공장이 신규 수주를 따냈다. 쑤저우중제자동차부품(苏州众捷汽车零部件, 이하 중제)의 현지 법인이 차량 냉각계통에 들어가는 금속 성형 부품을 해마다 1,300만 개 넘게 공급하는 계약이다. 발주처는 아시아에 본사를 두고 유럽 곳곳에 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1차 부품업체였고, 양산은 2026년 1월에 시작하기로 했다.²⁷ 중제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급 ‘소거인(小巨人)’ 기업이다.²⁸

중국 자동차 산업을 두고 국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완성차가 중국에 이미 너무 뒤처졌다는 체념 섞인 진단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기업은 정부가 밀어줘서 강하다는 통념이다. 앞의 말을 믿으면 손을 놓게 되고, 뒤의 말을 믿으면 정부 지원이 끊길 때 중국 기업도 흔들리리라 막연히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 두 시각에는 공통적으로 완성차업체에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전문기업이 빠져 있다. 중국은 핵심 부품 공급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큰 대가를 치르며 배웠다. 2018년 4월 미국 상무부가 중싱통신(中兴通讯, ZTE)에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 거래를 7년간 금지하자, 전년 매출이 1,000억 위안을 넘던 중국 2위 통신장비 회사는 한 달도 안 돼 주요 영업을 멈췄다. 발목을 잡은 것은 칩 몇 종과 운영체제 하나였다.

미쓰비시UFJ은행이 펴낸 『MUFG BK 中国月報』 2026년 8·9월호에서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이 사태 이후 중국이 부품 공급 기반을 어떻게 육성했는지 정리했다.² 보고서가 주목한 대상은 전정특신(专精特新) 소거인 기업이다. 2019년 첫 지정 이후 2025년까지 1만 7,600곳이 소거인으로 지정됐다.¹ 보고서는 일본 기업에 화웨이(华为)와 BYD(比亚迪), CATL(宁德时代) 같은 대기업만 보지 말고 시야를 이 중소기업군으로 넓히라고 권한다.

우리도 중국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전문 부품기업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소거인은 중국 정부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자격이지만, 실제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과 고객의 평가다. 이 기업들은 국내외 고객사의 품질 심사와 양산 승인을 거쳐 납품 실적을 쌓는다. 완성차업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급사가 늘어날수록 부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원가를 낮추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소거인은 무엇인가

전정특신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专业化), 정밀한 공정과 관리(精细化), 차별화된 기술·제품(特色化), 혁신 역량(创新能力)을 가리킨다. 중국 정부는 이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한 기업을 심사해 국가 차원의 소거인으로 지정한다. 중국 전체 중소기업 6,300만 곳 가운데 소거인은 0.03%에 불과하다.¹

선발 과정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성·자치구·직할시가 먼저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혁신형 중소기업(创新型中小企业)으로 인정하고, 그중 일부를 전정특신 중소기업(专精特新中小企业)으로 추려낸다. 이후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약칭 工信部·이하 공신부)가 각 성이 추천한 후보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과 지식재산, 시장점유율, 공급망 내 비중을 종합 심사해 최종 지정한다.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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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조사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작성, 『MUFG BK 中国月報』 2026년 8·9월호 図表 1 재구성. 연도별 지정 건수의 단순 합계와 공신부 공식 누적 육성 수는 집계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에 유의해야 한다.]

소거인으로 지정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연구개발·설비투자 지원을 받기 수월해지고, 은행 대출과 투자 유치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다만 이 자격은 영구적이지 않아서 3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하며,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명단에서 빠진다. 소거인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7%, 금액으로는 3,000만 위안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다.⁴

미국의 제재가 키운 제도

제도의 뿌리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건비 상승으로 기존의 조립·수출 모델이 한계를 드러내자, 공신부는 「중소기업 성장 12차 5개년 규획(“十二五”中小企业成长规划)」에서 한 분야에 특화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처음 밝혔다.²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은 핵심 부품과 장비를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서 조달했다. 정밀 부품을 만드는 토종 공급사가 파고들 여지는 좁았다.

전환점은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18년이었다. 그해 과학기술일보(科技日报)는 중국이 해외에 의존하는 핵심 기술 35개를 ‘카보쯔(卡脖子·목을 조른다는 뜻)’ 기술로 꼽아 기획 연재했다. 공급이 끊기면 산업 전반이 마비되는 급소라는 뜻으로, 반도체 노광장비뿐 아니라 고급 베어링강, 리튬전지 분리막,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이 망라됐다. 대부분 전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소수의 외국 기업이 과점하는 틈새 품목이었다. 대기업이 이런 품목을 모두 직접 개발하려면 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에 중국 정부는 품목별로 특화된 전문 중소기업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