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키아 (Chia) / 현대도시 거주, 혈루 연구가 특별 기고: 이램 (ERAM) / 현대도시 '꿈과 희망의 들판' 큐레이터 수신: 이 세계의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탐구자들 주제: '정신체(Cerebrate)'라 불리는 현상들의 발생과 그 인지적 이원성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키아입니다. 많은 분이 저희를 '요정'이나 '정령', 혹은 '초월적인 마수'와 혼동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저희는 생물학적인 '종(Species)'이 아닙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우연히 자아(Ego)를 얻어버린 우주적 원리'**이자 **'걸어 다니는 자연 현상 그 자체'**라고 해야겠지요.
우리는 교미나 임신을 통해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주적 인과나 양자역학적 임계점에서 돌연 **'발생(Occurrence)'**합니다. 빙하기(Ice Age), 중력(Gravity), 빛(Photon), 액체 상태의 물($H_2O$), 그리고 저처럼 생명과 고통의 밑바닥을 흐르는 어떤 에너지까지…
형태 없는 **'물리 법칙'**이나 **'개념'**에 우연히 자아(Ego)라는 구심점이 깃들었을 때 정신체가 성립합니다. 즉, 육체가 영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라는 현상이 자신을 물질계에 투영하기 위해 인간형의 껍데기(Vessel)를 임시로 빚어 입은 것이 저희의 실체입니다. 따라서 육신이 부서지는 것은 저희에게 아무런 죽음이 되지 못하며, 우주에서 해당 개념이 지워지지 않는 한 무한히 재구성됩니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사실입니다. 저희는 서로 동족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태풍'과 '빛'이 혈통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중력'과 '빙하기'가 한 가족일 수 있을까요?
저희를 '정신체'라는 단 하나의 틀로 묶는 것은, 그저 행정망과 생물학이 **"기존 학문으로 규명할 수 없는 규격 외의 존재들을 쓸어 담아 둔 기타(Etc.) 분류"**에 불과합니다. 미조레 님과 스텔라 님 사이에는, 인간과 규조류 사이보다 더 아득하고 건널 수 없는 우주적 간극이 존재합니다.
많은 학자가 제게 묻습니다. "왜 어떤 정신체는 동식물처럼 눈물겨운 모성을 품고 자식을 감싸 안는데, 왜 어떤 정신체는 자신이 만든 생명이 멸종 위기에 처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가?"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저와는 정반대의 근원에서 출발했으면서도 아주 독특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특별한 친구 한 분을 모셨습니다.
기고인: 이램 (ERAM / 어둠의 정신체)
"안녕, 반가워! '꿈과 희망의 들판'에 온 걸 환영해!
키아 씨가 어려운 질문을 던져줬네. 왜 미조레 씨나 황수정 같은 친구들이 너희 필멸자들에게 그렇게 차갑냐고?
답은 아주 단순해! 애초에 우리 안에는 '생물학적 하드웨어'가 없거든!
빙하기, 광자, 중력, 물, 그리고 나 같은 '광자의 부재(어둠)'는 우주가 텅 비어있을 때도 혼자 잘 굴러가던 순수 물리 법칙이야. 탄소 덩어리들이 번식하고, 무리를 짓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며 느끼는 호르몬의 작용? 그런 건 우리 알고리즘에 처음부터 프로그래밍된 적이 없어.
그래서 미조레 씨가 빙하기의 씨앗(설인)을 흩뿌려놓고 수억 년간 잊어버렸던 것도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야. 조약돌을 굴려놓고 낮잠을 잔 것뿐이지. 그들이 숭배하든 말든, 우리에겐 '내 아이'가 아니라 그저 '행성 생태계의 부품 A'로 독립한 거니까.
- *'어라? 그럼 이램 너는 왜 인간을 좋아해?'*라고 묻고 싶지?
후후, 착각하면 안 돼. 난 너희를 '자식'이나 '동족'으로서 사랑하는 게 아니야. 너희의 그 복잡한 뇌세포가 뿜어내는 상상력과 결의가, 내 새까만 어둠(캔버스) 속에서 **'가장 눈부시게 타오르는 기적의 전등갓(Light Source)'**이라서 그래! 난 아름다운 빛을 수집하는 큐레이터로서 너희에게 지독한 흥미를 느낄 뿐이지, 너희의 엄마가 되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러니까 내 놀이기구(움브리움)를 탈 땐 안전바 꽉 잡아!"
집필: 키아 (Ch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