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레드 (Red) / 해결사, 고대 생물학 연구가(자칭) 수신: 진화의 끝을 확인하고자 하는 무모한 탐구자들 주제: '용(Dragon)'이라 불리는 원초적 생명체의 진화 기전과 의태에 대한 고찰
용(Dragon)은 환경에 적응하는 수동적인 생물이 아니다. 이들은 원초적 양서강에서 출발해, 오직 **'자기실현적 욕망(Self-Actualizing Desire)'**만을 위해 스스로의 DNA를 실시간으로 재배열하는 생물학적 정점이다. 불을 뿜고 싶다면 내열 장기를 만들고, 하늘을 날고 싶다면 생체 제트 엔진을 단다. 이들에게 진화란 수만 년의 세월이 필요한 자연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를 도화지 삼아 벌이는 **'개인적인 커스텀 튜닝'**에 불과하다.
인간들은 이들을 형태에 따라 서양 용(질량과 중력)과 동양 용(기류와 대기)으로 나누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오만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해당 개체가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 **'어떤 방향성'**을 선택했는지 보여주는 영수증일 뿐이다. 동양 용이라고 물리력이 약한 것이 아니며, 서양 용이라고 자연 조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용족의 절대적인 총재능(Potential)은 완벽하게 동일하다.
이들은 '생물'로 분류되지만, 생물학의 가장 거대한 두 가지 대전제인 '죽음'과 '번식'에서 벗어나 있다. 압도적인 생체 에너지로 세포의 노화를 극복하여 사실상 불멸을 누리기에, 이들에게 **'유전자를 남긴다(생식)'**는 본능은 완전히 거세되어 있다. 이들이 스스로의 뼈를 깎고 몸을 뜯어고쳐 진화하는 이유는 생존이나 후손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의 음식을 우아하게 먹고 싶다",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날고 싶다"와 같은 철저히 개인적인 **'자아실현과 미학'**만이 이들의 육체를 움직이는 유일한 원동력이다.
어떤 외부의 위협에도 적응하는 이들에게 유일한 천적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오만한 설계 미스'**뿐이다.
그렇다면 이 오만한 포식자들 사이의 서열, 그리고 세상과의 역학 관계는 어떨까?
그렇다면 이 끔찍하게 강하고 합리적인 괴물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들은 마법(환술)이 아니라, 생물학적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외형, 장기, 체온까지 완벽하게 복제하여 우리 곁에 숨어 있다. 인간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무한한 영생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찬란한 **'문화(요리, 기술, 유흥)'**를 가장 가까이서 즐기기 위한 철저한 계산이다. 당신의 옆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동네 주민이, 기계 수리를 맡긴 공무원이, 혹은 화려한 옷을 입은 셀럽이 어제 하늘을 찢고 날아간 그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