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

솔직히, 솔직함은 일종의 배반이다. 라고 생각했다.  눈이 부어서 광대가 올라갔다. 설탕으로 가득한 눈두덩이.  나는 조금 자라 너를 만났고 우린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할애한다. 나는 너와 함께하기 위해 간식을 먹는다. 네가 사다 준 도넛을 먹고 아려오는 위통을 감추기 위해 허리를 펴며 엄지를 치켜든다. 조금 더 많이 먹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보이는 것보다 예뻐보이도록. 그것이 조금 더 맛있었다고 하기 위해. 여전히 위가 저려온다. 바지의 후크가 음식으로 가득 찬 배를 압박한다. 숨을 참고 소화제를 삼킨다. 나는 그럼에도 달콤한 사탕을 떠올린다. 너는 내게 식탐을 선물했고 나는 그것을 얻은 대신 매번 소화제를 구입한다.

내가 먼저였던가, 그가 먼저였던가. 전날은 휴무였고.다시 돌아왔을 땐 후추통 앞에 앉는다. 왼손잡이 요리사와 두피가 일어나는 더위. 내 시선을 알아챘었을지. 우린 유일하게 혼자였잖아.

그가 주는 선물은 매번 시간을 빗겨나간다.

첫 번째. 한 시간 이상의 통화와 한 시간 이상의 걸음. 밤이었고, 남겨진 땀냄새와 털옷 안에서 젖는 땀. 한 시간 이상의 통화. 긴장되는 시간과 장소가 있던가? 음식을 입으로 들이밀면 숨을 참고 입을 닫는다. 54321 고기가 오랫동안 입 안에서 섞이고 침이 고여 물컹해진다. 이내 헛구역질을 하고 그 정도가 하루의 성공을 결정짓는듯 하다.

배부름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심을 수 없는, 심을 수 없는, 심을 수 없는 종이 같은 것.

집착하고, 집착한다. 먹는 시간, 먹어야 하는 시간, 끔찍하게 집착하는 식사, 그 식사 이후, 다시 집착.

다시 방문한 음식점의 식탁은 가방을 두기엔 너무 좁았고, 내 가방은 한 개 뿐이었지만. 따뜻한 튀김이 올려진 요리를 먹은 뒤 나와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7명 남짓이었으며, 나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노란 꽃이 피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버스의 속도에 노란 꽃이 노란 막대기처럼 보일 즈음 잠깐 잠에 들었는데, 방송이 나왔고, 그들을 따라서 내리니 다른 정류장에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공간을 차지하는 한 개의 가방을 받고 나니 3시간 가량이 남아있었고, 그 가방을 다시 맡긴 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저 끝부터 다른 끝까지 걷는 데에 2분이 채 걸리지 않았기에 그냥 앉아있기로 했다가, 뭔가를 먹고, 자리가 불편해 돌아다녀보니 재미가 없어,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물론 그 곳은 7명보다 많았지만. 다시 잠에 들기엔 불안해서 이어폰을 꼽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느린 신호 탓에 흐려진 화면을 끄고 저장된 음악들을 들었다. 7일간 찍은 사진들을 뒤적거리다가 3시간이 지났는데, 다시 방송이 들렸다. 9시반_누군가의 교통사고_2월_장비들과 준비물_주머니 속 휴지_빵 굽는 냄새. 사라지는 것과 부패되는 것. 사라지기 직전의 것. 썩지 않는 것. 비키니와 청바지. 계곡 아래와 다리 위. 관광객은 용기가 없다.

이틀차. 내가 너희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어. 다만 그건 당시 비뚤어진 내 치아 때문이었을지도. 의사는 왼쪽 어금니가 기울어져 있다고 했다.

언니의 자리였다가 언니의 자리가 된 두 언니의 자리. 그녀는 다른 누군가들을 도와주다 물을 쏟았다. 나는 왜 우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머리를 짧게 잘랐길래 처음 대화를 했다. 너무 옆에 붙어있어서 모든 표정이 보일까봐 창피했다. 오른팔을 많이 써서 그 쪽 목과 턱이 자주 뭉쳤고 목이 긴장되면 턱이 틀어진다고 들었다. 자리에서 돌아보면 오른쪽 얼굴이었다. 책상이 보이는 것도 조금 창피했다.

어차피 혼자이고 나는 나와 살고 있지 않다. 매일같이 하고 있는 것은 혼잣말이고 그것은 1과 2가 나누는 대화이며 그 사이에 나는 없다. 스스로의 사랑에 솔직해지지 않는 이상 1.5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1은 어제 만난 지인과 웃던 사람이고 2는 방금 전 가족과 통화를 한 사람이다. 손톱이 떨어졌다. 둘은 두 덩어리씩, 나머지 한 명은 밖에.

90도가 되지 않는 네 개의 각들. 누텔라 한 통과 바게트와 맥주. 냉장고 바로 옆 덜렁거리는 테이블. 흰색 의자 두 개. 약속된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 손님은 일 때문이라고 했다. 단 맛과 단백한 맛과 탄산. 모두 먹고 난 뒤 순서대로 양치. 아마도 혼자인 것이 문제.

세 번째 여행. 어차피 모두 알지 못할 임시의 구경거리들. 누가 녹턴을 연주하던데. 코너를 돌기 전 새로 생긴 가게의 붉고 커다란 문과 그 안으로 보이는 아주 작은 광장.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을 스치는 버스, 내가 탄 버스. 너무 많이 걸은 탓에 발목을 주무르며 구글맵을 바라보는 사이 육교 아래를 지나는 찰나 목적지에 도착해서, 꼬았던 다리를 풀고 버튼을 누른 뒤 내려, 육교의 건너편으로 걸어가면 탈 수 있는 다른 버스가 서는 정류장. 그 정류장으로 향하는, 다시, 그 육교 아래의 노숙자들. 그곳의 코너를 돌면 커다란 광장과 햇빛. 중얼거리지 못한 입과 구글맵과 부은 발목. 정문에서 집까지 걸어 15분, 이 곳으로 돌아가면 25분. 이곳으로 오는 길에 마트와 한 카페. 검은 간판. 그곳의 간이 야외테이블이 4개 정도. 접혀있는 것 1개. 바로 앞에 벤치와 버스 정류장, 내가 방금 내린. 아침에 배웅하는 아버지들과 깡마른 아이들이 마시는 단 음료. 그곳을 지나면 이 곳. 건너편에 있는 빌라의 가장 아래층은 반지층. 그 중 항상 커튼을 걷어놓는 집. 훤히 보이는 집 거실에서 운동하는 사람. 그 위를 기어가는 바퀴벌레. 구글맵과 부은 발목.

물어보고 싶었다면 계단 위. 뒤를 돌아보며 ‘자연스럽기 위해’ 노력했다. 깨끗하게 잊어버리는 것은 한 순간이다. 아주 약간만 빗겨간다면. 절벽 끝부터 인파 속까지. 지겹고도 안정적이었던.

아침이 편안하면 눈동자가 붉어진다. 아침과 저녁, 벌레와 하얀색. 벌레는 꽃과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다. 삐그덕거리는 검정 소파에 누우면 종아리가 빠져나온다. 머리맡엔 옷장이, 옷장 위엔 말아둔 종이들, 그 위엔 낡은 환풍기. 그 사이의 틈, 거슬리던 틈, 머리가 보이는 틈. 2층이고, 1층 구석에는 남자가, 중앙에는 여자가, 건너편엔 다시 여자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 대신 매일 저녁 틈을 타고 들어오는 향신료 냄새.

단 하나라도 달랐더라면. 비쩍마른 곱슬머리의 여자가 이틀차에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나는 아주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있었든데 아무도 마릴려고 하진 않았다. 자연스러운 몸짓과 자유로운 몸짓 사이에는 어떤 거대한 간극이 있는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 조금 전 그녀가 말했다. 꼭 필요한 동시에 쓸데없는 말들에 의해 연결되는 것이 싫다. 설탕. 쓸데없는 동시에 꼭 필요한 말들에 의해 연결되는 것이 싫다. 설탕. 이런건 어디서나 볼 수 있잖아?

도망쳐 나왔지. 그럼에도 마트에서 장을 본다. 아무렇지 않게 하루가 간다. 도망쳐 나온 것이 무색하게도. 그래도 침실이 어두워서 좋았다. 침대 위에서 식탁이 보이는 공간이 끔찍했던 것이 도망쳐 나온 첫 번째 이유였다. 작은 창문 틈 아래서 커피를 마시다가, 아래엔 차도 뿐이었고. 처음 보는 번호판들을 함께 삼켰어. 이틀은 거센 비가 와서 나갈 수가 없었어. 아주 아주 거센 비가 왔어. 언제 해가 뜨고 져서 어두워진 건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7갸월간 한 번도 발목을 접지르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가져다 던져버린 끔찍한 조합물. 나도 저 아래 있었는데. 불과 몇 분 전에. 우산과 함께 비가 그치다가 다시 우산과 함께 비가 오고, 다시 우산과 함께 비가 그쳐 포기하고 달리니, 다시 우산과 함께 비가 온다. 물론 꽤 오랫동안, 오랫동안, 오랫동안, 오랫동안, 오랫동안,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 오랫동안은 단 하루만은 아닌. 부은 발목.

‘나중에’라고 말했다. 살면서 약속한 ‘나중’을 모두 더하면 끝없는 미래를 살 수 있다. 이번에도 말한다. ‘나중에 언젠가 네가 밟았거나 안았거나 보았거나 지나 닝 바닥을 내가 다시 밟거나 안거나 보거나 지나겠다고’. 죄책감으로 똘똘 뭉친 약속들을 외면한 채 잠시 자리에 앉았다가 짐을 싼다. 미뤄진 미래가 지금을 방해하는 것은 참을 수 없기 때문. 결국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나중’ 이 진짜 나중을 압박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독한 이동. 아무것도 보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