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타격을 입었던 중국의 화웨이가 부활하고 있다. 토요타가 중국 시장용 전기차(EV)의 핵심에 화웨이 기술을 채택했다. 반도체 자체 제조에도 뛰어들면서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을 좌우할 존재로 다시 부상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충격이 퍼졌다. 토요타가 2026년 3월 중국용으로 출시한 전기차(EV) **‘bZ7’**의 지능화·전동화 핵심에 중국 통신장비 최대 업체 화웨이의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계기판·인포테인먼트 등을 표시하는 콕핏(cockpit) 은 화웨이의 기본 운영체제(OS) 하모니OS(HarmonyOS) 를 기반으로 하고, 자사 AI 에이전트 등을 도입했다.

토요타는 2026년 3월 출시한 중국향 EV ‘bZ7’에 화웨이의 차량용 OS ‘하모니OS’를 기반으로 한 콕핏을 채택했다
더 나아가 EV의 심장부라 불리는 구동 모듈 ‘전동 액슬(e-axle)’ 또한 화웨이 제품을 선택했다. 자율주행과 콕핏 등 화웨이의 차량 탑재 시스템은 중국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며, “화웨이 기술을 채택하지 않으면 자동차 지능화 경쟁의 출발선에 설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토요타 역시 이를 거스를 수 없었던 셈이다.
화웨이의 기세는 중국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화웨이의 자동차 사업 담당자가 일본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화웨이는 추가 성장을 위해 일본을 포함한 세계 자동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와 중국의 중견 자동차 업체 세레스(Seres) 가 공동 운영하는 브랜드 ‘원제(AITO)’ 는 2025년 필리핀 시장에 진출했으며, 머지않아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에 정통한 미즈호은행 상석 주임 연구원 탕진(湯進) 은 “화웨이가 자동차 사업으로 세계에 진출하면 단숨에 시장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적어도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나 친중 국가들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명시적으로 제재해 왔다. 미국 정부는 2019년 안보상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수출 규제 리스트(엔티티 리스트, Entity List)에 추가했다. 사실상의 금수 조치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미국 기술에 의존하던 스마트폰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화웨이)는 이 사진처럼 수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화웨이의 궈핑(郭平) 부회장 겸 순번회장(당시, 현 감사역회의 의장)은 2022년 3월 실적 발표회에서 빙하에 생긴 크레바스(crevasse)를 사다리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건너는 사진을 소개하며 자사가 처한 상황을 표현했다. 이날 발표된 2021년(1~12월) 실적은 미국 제재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기 대비 약 30% 감소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이후 미국 제재를 뚫고 부활을 이뤄냈다. 2025년(1~12월) 실적은 매출이 제재 이전 수준까지 V자 회복하며 다시 탄력을 되찾았다.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메운 것은 자동차 부품과 AI 데이터센터용 전원·냉각장치 등 새로운 성장 영역의 사업이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직후인 2019년 자율주행과 콕핏 등 ‘차량 지능화’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부 ‘인텔리전트 오토모티브 솔루션즈 BU(Intelligent Automotive Solutions BU)’ 를 설립했고, 2024년에는 흑자 전환했다. 해당 사업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450억 위안으로 크게 성장했다.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장률이 가장 높고 증수에 기여한 사업이 됐다. 태양광 발전용 장비와 축전 설비, AI 데이터센터용 전원·냉각장치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 파워(Digital Power) 사업, 클라우드(Cloud) 사업 또한 화웨이의 부활을 뒷받침한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에도 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에서는 테슬라, 반도체 설계에서는 엔비디아 같은 ‘테크 자이언트(Tech Giant)’에 맞설 수 있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

출처: 화웨이(사진=좌: IMAGO/MediaPunch via 로이터, 우: 로이터)
두들겨 맞아도 다시 기어오르는 화웨이. 그 강함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는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는 경영 방침이다. 2025년 연구개발비 역시 1923억 위안(약 4.6조 엔)으로 매출의 약 22%를 투입했으며, 미국 제재 이후 오히려 투자를 가속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미국 빅테크(Big Tech)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미국 제재로 인해 자체적으로 반도체와 OS를 개발하지 않으면 사업 지속이 어려웠다는 점도 R&D 투자가 불어난 요인이다.
둘째는 인구 약 14억 명의 거대한 중국 시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이다. 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톱으로 도약한 동력은 3G에서 4G로의 기술 전환점에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 같은 경쟁사 대비 “20~40% 저렴한”(일본 통신 업계 관계자) 제품을 내놓은 데 있다. 저가를 실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의 저금리 융자의 영향, 그리고 “거대한 중국 시장에 전개할 수 있어 스케일 메리트(scale merit, 규모의 경제)를 얻을 수 있었던 점도 컸다”(일본 통신 업계 관계자)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