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등산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산을 엄청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호불호가 없었지요.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는 대상이었고요.

그러다 20대 중반쯤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그야말로 멘탈이 깨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하루하루 싸움의 연속인 전쟁터 같은 곳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샌가 전투력만 잔뜩 상승해있는 저를 보게 되었거든요.

처음 동대문 시장이라는 곳을 갔을 땐 말랑말랑 젤리 같던 제가 딱딱한 고인돌 초콜릿이 된 느낌이랄까요?ㅋㅋㅋ 정말 처음엔 원단 하나를 사고 단추 하나를 사는 것도 저에게 너무나 큰 미션이었거든요. 사나운 말투에 시비조로 들리는 억양.. 수많은 거절과 무시를 당하면서 진저리가 나곤 했었는데 그런 곳에서 매일 생활하다 보니 문득문득 저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면서 무서워지더라고요.😨

나를 지키면서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기고요..

그렇게 도망치듯이 회사를 그만두고 은둔 생활을 하며 깎아 먹은 자존감과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을 때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유들로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언니, 우리 산이나 갈래?”

그 친구는 어머님이 산을 다니는 걸 좋아해서 산이 좀 더 친숙한 친구였거든요. 저는 딱히 거부감이 없었던 상황이라서 “좋아. 가보자!” 하고 선뜻 길을 나섰죠. (이때까지만 해도 저흰 정말 몰랐습니다.. 산 타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될 줄은..ㅋㅋㅋ)

산의 특성도, 코스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친구의 말만 듣고 대충 추리닝에 운동화 하나 신고 등산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거죠. 엄마가 계속 걱정하셨거든요. 등산화도 없는데 어떻게 북한산을 가냐. 위험해서 안된다고요. 그러나 엄마 말 안 듣고 후회하는 건 모든 자식들의 불문율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