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biz.heraldcorp.com/article/313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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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라.

처음 들으면 속물적인 농담처럼 들린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없고,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없고, 진심을 강요할 수 없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도 이 말이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유는, 냉소 속에 묘한 진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돈은 가능성이다. 누군가에게 돈은 한 끼 식사이고, 누군가에게는 한 달의 생존이며, 누군가에게는 시간을 사는 방법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모으고 제도를 만들고 산업을 바꾸는 힘이다. 같은 이름을 쓰지만 1만 원과 100만 원과 10억 원과 1조 원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 사랑이라는 이상한 힘

인본주의의 시대에 사랑은, 자본주의 시대의 돈만큼이나 이상한 힘을 가진다.

사람을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고, 때로는 생존하게 만들며, 때로는 죽음 앞에서도 무언가를 계속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밥을 차리고,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병원 복도에서 밤을 새우고,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낯선 사람을 돕고,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삶의 궤도를 통째로 바꾼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정말로 사랑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인가? 어쩌면 아직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이 문장은 위험하다. 아주 쉽게 폭력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더 참으라고, 더 희생하라고, 더 견디라고 요구하는 문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러니 먼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충분히 사랑한다"는 감정의 강도를 올리라는 뜻이 아니다. 더 울고, 더 매달리고, 더 희생하고, 더 용서하라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2. 충분한 사랑은 뜨거움이 아니라 운용 능력이다

충분한 사랑은 단순히 마음이 뜨거운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이고, 훈련이고, 판단력이고, 때로는 거리두기이며, 때로는 제도 설계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감정의 연료로 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함께 고민하는 일에 가깝다.

우리는 사랑을 너무 자주 "느낌"으로만 이해한다. 심장이 뛰면 사랑이고, 보고 싶으면 사랑이고, 서운하면 사랑이고, 질투하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의 원재료일 수는 있어도 사랑 그 자체는 아니다. 밀가루가 있다고 빵이 생기는 것이 아니듯, 애틋함이 있다고 사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